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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폴 리뷰 (설원, 긴장감, 공간 활용) 스릴러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건 총이나 추격이 아니라는 말, 동의하십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에릭 바나와 올리비아 와일드라는 이름만 보고 가볍게 틀었다가, 오프닝 몇 분 만에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든 영화가 있습니다. 2021년 개봉한 캐나다 스릴러 데드폴입니다. 설원이 만들어내는 고립감 흰 눈으로 뒤덮인 캐나다 국경 지대, 그 배경 하나로 데드폴은 상당히 많은 걸 해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공간에서 도망치면 어디로 가나'였습니다. 사방이 하얀 설원이라는 설정 자체가 인물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장치가 됩니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미장센(mise-en-scène)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빛을 발합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배경, 조명, 인물의 .. 2026. 6. 16.
127시간 실화 (무모함, 생존본능, 자기직면) 용감한 사람이 살아남는 걸까요, 아니면 살아남은 사람이 용감해 보이는 걸까요. 저는 영화 127시간을 보고 나서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는 결과의 감동이 가리고 있는, 불편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무모함과 생존본능 사이에서 애런 랄스턴은 2003년 유타주 블루존 캐니언 협곡 탐험에 나서면서 아무에게도 목적지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상 연락처도, 충분한 식량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협곡 사이에 끼인 바위 하나가 그의 오른팔을 붙잡았고, 그는 127시간 동안 그 자리에 갇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이야기는 생존 의지와 인간의 강인함으로 소비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감동의 흐름 안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2026. 6. 16.
워 머신 (조직 리더십, 아군 전술, 풍자) 솔직히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그냥 넷플릭스표 무난한 액션물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예고편에서 거대 기계가 등장하고 군인들이 뛰는 장면만 보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파고들수록, 이건 단순한 SF 액션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전쟁터보다 회의실이 더 낯익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다르게 보일 겁니다. 전투보다 먼저 무너지는 조직 — 아군 전술의 실패 일반적으로 군사 액션 영화라고 하면 화력과 전투 기술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워 머신을 보고 나니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거대한 기계와의 정면 대결이 아니었습니다. 통신 장비를 포함한 모든 기기가 먹통이 된 상황에서 훈련생들이 공포탄만 들고 대응책을 짜는 장면이었습니다. .. 2026. 6. 16.
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 (전기 영화, 흥행 요인, 자유와 책임) 저도 처음엔 이 영화를 보러 갈 마음이 없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이 불러오는 감정이 너무 복잡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극장에 앉아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오자, 그런 계산들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영화 마이클은 그렇게 저를 무장 해제시켰습니다. 완전한 영화인가 하면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보고 나서도 마음이 남는 걸까요. 전기 영화로서의 한계, 그리고 흥행 요인 전기 영화(Biographical Film), 흔히 바이오픽(Biopic)이라고 부릅니다. 바이오픽이란 실존 인물의 생애를 극화한 장르로, 역사적 사실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작품성을 가르는 핵심 기준 중 하나입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이 영화는 분명히 절반짜리입니다. 원래 이 작품의 초기 각본에는 1993년 네버랜드 압수수색.. 2026. 6. 15.
군체 (집단지성, 좀비진화, 코로나공포) 좀비가 학습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단순히 달려드는 것을 넘어, 한 개체가 깨달은 것을 나머지 전체가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면요.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를 보면서 저는 그 질문 앞에서 제 코로나19 시절 기억이 불쑥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퍼진다는 공포, 그리고 그 공포가 사람 사이를 어떻게 갈라놓는지를 저는 이미 3년 넘게 직접 겪어봤으니까요. 집단지성으로 진화하는 좀비, 그 과학적 근거 《군체》가 다른 좀비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감염체의 행동 원리를 실제 과학에서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 핵심 설정의 모델이 되는 것은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입니다. 황색망사점균이란 뇌도 신경도 없이 단세포 수준에서 집합체를 이루는 균류로, 개.. 2026. 6. 14.
메이드 인 코리아 (권력구조, 공안수사, 시대극)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가 공개 직후부터 화제입니다. 저는 어릴 적 1970년대 서울 골목에서 자랐는데, 드라마 속 장면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실제 냄새처럼 와 닿았습니다. 그 시절 중앙정보부라는 이름은 어른들 사이에서 입 밖에 꺼내기 어려운 단어였고, 지금 이 드라마는 그 시대를 꽤 정직하게 건드리고 있습니다. 현빈이 연기하는 백기태, 무엇을 욕망하는가 드라마의 중심에는 중앙정보부 부산지부 정복과 과장 백기태가 있습니다. 표면상 국가를 위해 일하는 정보요원이지만, 실제로 그가 추구하는 것은 권력의 정점입니다. "힘 있는 놈이 세상을 바꾼다"는 그의 신념은 단순한 악인의 대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품었던 욕망의 민낯이었습니다. 제가 직.. 2026.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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